문득,
야채가 살아 있다고 느껴져 갑자기 들고 있던 양파 하나를 놓쳐버렸다. 아니. 던져 버렸다.
일주일 전만해도 맨들맨들 했던 양파는 어느새 긴 줄기가 생겨 있었고,
감자는 온몸에 싹을 틔우고 있었다.
양송이에는 곰팡이 같이 이상하게 생긴 거무스름한 것들이 피어 있는데 순간 이 아이들이 살아 있는 것 같았다.
단지, 제 상태를 그대로 유지했던 건 당근이 유일했다.
이상하고 거추장스러운 것들을 단칼에 잘라버렸다.
그리고 살아 있음을 증거했던 성장의 결과들을 쓰레기통에 넣어버렸다.
왠 괴기스러움?!
정말 어제는 야채들과 시름시름하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.
싱싱함을 넘어선 계속해서 성장하는 야채는
왠지 야채가 '나도 살아 있다'고 하소연하는 것 같아 기분이 안좋다.